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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행계획에는 유레일패스를 파리에서 개시해야 햇다.
그런데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열차를 탈 시간을 놓쳤고, 패스포드를 새로 발급받느라고 하루 정도 지체를 하는 바람에 기차로 파리-배네치아 (베니스)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가기로 했다.
상황을 간단히 되돌아보면 이랬다.
우리는 파리에 도착해 계속 날씨가 안 좋고 비가 내려 에펠탑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에펠탑에 간 날은 비가 너무 내려 쫄딱 맞은 채로 거의 하루를 생고생으로 날렸다.
바토무슈를 예약했는데, 타지 못한 상태였고, 시간을 쪼개어 에펠탑에 들려 사진만 몇 컷 찍고 바토무슈를 타기로 했다.
그렇게 계획을 잡고 메트로를 갈아타고 얼마쯤 갔을 때였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메트로에 물밀듯이 탔고, 그 들 때문에 나와 친구는 양쪽으로 떨어져 서로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지 않았었는데.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처럼 사람들이 꽉 뭉친 채 꼼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이상하고 기가 막혀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내렸을 때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내려서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뒤지며 고함을 지르는 게 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 가방을 틀어쥐었고, 다음역에서 내려야했기에 사람들 사이를 뚫고 허겁지겁 내렸다.
문쪽을 보니, 정말 잘 생긴 청소년 히피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중 한명은 씨익 웃음을 날리기도 했다. 소름이 짝 끼쳐 가방을 가슴으로 꼭 안았는데, 옆에서 친구가 소리를 질렀다.
없어, 손지갑이 없어졌어.
우리는 급하게 가방을 다 뒤졌다. 지갑 안에 있던 여권과 현금을 소매치기당한 것이다.
나와 친구는 괴성을 질렀고, 멀어지는 메트로에서 어린 히피들이 히죽이며 그런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럴 때 하는 표현일 것이다.
당장 그날 밤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를 가야하는데, 여권과 돈을 소매치기당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파리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정말 당황하면 아무 것도 안보인다. 전화 통화가 안됐고, 난감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 같다.
소매치기를 당한 후 해결과정
1. 좀 정신을 차린 후, 경찰서에 신고부터하기로 했다.
우리가 있던 곳에서 가까운 상제리제 거리 인근의 경찰서로 이동을 했다. 메트로역에서 소매치기 당한 것을 말하니, 인근 경찰서에 가라고 했다.
2. 경찰서에서 소매치기 당한 사실을 말하고 리포트를 작성했다. 이때 소매치기당한 물품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서 증빙서류를 내야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 안타깝지만 여행자보험을 들어도 우리처럼 여권과 현금만 털렸을 경우 보상받을 게 없다.
3. 리포트를 가지고 한국대사관으로 가 여권을 신청해야 하는데, 그 전에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다.
4. 우리는 호텔에 도착해 하룻밤을 더 묵을 수 있는지 확인을 했다. 동일 방은 어렵고 다른 방을 잡으려니 비용이 배 이상이었다.
체크아웃을 한뒤 홀에 앉아 베네치아의 호텔에 1박을 해둔 것이 생각나 그곳에 연락을 취했다. 물론 취소가 안됐고, 호텔 예약비용은 날라갔다.
5. 일단 고민 끝에 베네치아 여행은 취소하기로 하고 목적지를 로마로 바꿨다. 그리고 기차로 가기로 한 것을 포기하고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6. 당장 여권을 하러 가려니, 우리가 서울에서 가져온 사진은 사이즈에 안맞아 사진을 다시 찍어야했다. 사진은 전철역에 있는 즉석사진기를 이용했다. 물어물어 찾아가니, 이미 다른 분이 사용을 하고 있었다. 그 분도 우리와 같은 상황일까.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사진을 찍고, 숙소를 잡아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재발급 받기로 했다.
7. 호텔 홀에서 검색을 해 저렴한 한인민박을 찾아냈고, 도미토리인 그곳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좀 외곽이었는데 그래도 까르네가 남아있어 최종적으로 그곳에서 묵기로 했다.
메트로 역에서 좀 걸어야하는게 단점이었는데 우리가 불안해하자 픽업하러 나와주었다.
8. 여러명이 묶는 곳이라 사람이 들랑날랑 떠들어대고, 밤 늦게까지 불이 겨져 있고, 걱정 탓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 일어나 간단하게 조식을 하고 민박집을 나와 대사관으로 향했다.
9. 대사관에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리포트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했다. 우리상황을 어필했고, 여행중이라는 것을 알렸다.
캐리어를 두개나 끌고간 상황이라 친구와 나는 가방을 지키랴 인터뷰를 하랴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단수 여권이 발급되었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나는 인터넷에 접속해 파리ㅡ로마행 이지젯 비행기 좌석을 2개 예약했다.
10. 우리는 여권을 발급 받은 후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긴박했던 그날 하루는 정말 떠올리기도 싫을 정도의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지젯을 예약했는데 탑승은 오를리 공항에서였다. 대사관에서 오를리 공항까지는 버스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또 로마에서 묵을 숙소를 예약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을 한 것이었는데, 이게 얼마나 그날 밤 속을 썩였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밝히겠다.
드디어 오를리 공항에 도착해 보딩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 이게 해외여행인 것인가. 지옥의 한철을 겪어낸 것인가. 악몽과 같았던 파리에서의 이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비와 소매치기에 한이 맺혀 최근 파리 여행을 다시 가게 됐을 때 지갑과 여권은 철저히 관리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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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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