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여행 : 호텔 이비스 스타일스 베르시 레스토랑에서 저녁먹기
여행에서 지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과하게 피곤하다는 뜻이고, 조금 쉬라는 의미인 듯하다.
다음 날을 위해서 오늘은 좀 쉬어라.
사실 과하게 피곤했던 날은 여럿 있었지만 비를 쫄딱 맞고 돌아다녔던 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도저히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저녁을 먹고 들어갈까?
이리저리 기웃거렸지만 비오는 거리에서 식당을 찾기도 힘들었고, 추운데서 벌벌 떨면서 맛집을 검색하는 것도
지쳐버렸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웬만한 곳이니, 웬만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기대감을 갖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곳은 조식을 먹는 곳이었는데, 보통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자신들만의 메뉴도 갖고 있어서 조식 외에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녁을 먹는 사람이 우리까지 단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약간 불안감이 몰려왔다.
잘못왔다.
여기는 레스토랑이 아니다.
여기서 먹는 사람을 봐라. 거의 없지 않은가. 그렀다면 이곳 음식이 별로라는 얘기인데...
매니저가 어디에 있다가 뒤늦게 나타났고, 우리는 저녁을 먹고 싶다고 콩글리시로 얘기했다.
메뉴판을 가져다 줬는데, 재미있게도 가능한 요리가 한 가지였다.
뭐, 어떠랴.
이미 밖에서 먹는 것은 포기했고, 비를 맞아 아주 피곤한 판이었는데.
가격을 비교하니, 인근 레스토랑하고 크게 차이가 없었다. 인당 12유로 전후.
지금은 가격이 바꼈을 테니까, 이 글을 읽고 가시려는 분은 꼼꼼히 검토해 보시라.
특히 Bercy 호텔(3성급)에 대한 평은 그다지 좋지 않기에 권하려는 의도에서 쓴 글이 아니므로,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셔야 한다면 참고하시라고 글 올린다.
일단 우리는 가능하다는 요리를 먹겠다고 했고, 매니저는 그 요리에 들어가는 것도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니 선택을 하라고 알려주었다.
엄청 상세하게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는데, 도무지 불어와 섞여 있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포기하고, 그냥 당신이 권하는 것을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요리가 짜잔 아래의 요리이다.
여기 완자같이 생긴 것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도무지 그 불어인지 영어인지 못알아듣겠는 표현들 때문에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끄덕였던 것 같다.
먹고 죽기야 하겠냐.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며 음식을 받아들었다.
음, 비주얼은 괜찮았다.
음, 맛도 괜찮았다.
음, 근데 짰다.
짠 맛 때문에 맛 평가를 하자면 음, 쏘쏘한 맛이라고 해야겠다. 나쁘지 않지만 그다지 맛있지는 않은 맛.
어쨌든 우리는 맛있게 먹고 그 자리를 떴다.
연세가 많으신 여행자 외에 처음으로 맞이한 손님이 반가웠던지 매니저는 엄청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다.
그 바람에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맛있게 먹고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피곤했다.
비를 맞다니, 해외 여행 와서 겨울비를 맞고 돌아다니, 체력도 떨어지고 기력도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졌는데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호텔 방으로 들어와 유투브로 한국드라마를 보았다. 하하하
친구와 나는 미친 사람들이다.
BTS의 영상도 돌려가며 보고,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그 날 밤을 보냈다.
다음 여행지는 마리앙뜨와네트를 떠올릴 수 있는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파리 외곽에 있어서 RER를 타야 하므로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밤 늦도록 뒹굴뒹굴, 파리의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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