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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불편한 선물, 랍스터 혼밥

arisurang 2020. 10. 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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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도 받아서 돟은 것이 있고 불편한 것이 있다.
식품 관련한 것 중에 종종 집으로 선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중 가장 싫은 게 전복이다.

물론 내가 만들 것은 아니지만 간혹 먹고 싶어 도전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얼굴이 찡그려지곤 한다.

전복 손질에서 진이 빠져 먹을 때가 되면 이미 반쯤은 흥미가 떨어진다.

식구들이 해줘서 먹는 것은 정말 맛이 있는데 크게 내색을 하지 않는다.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엔 살짝 뜨거운 물에 데쳐(?) 촘촘하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손을 안대는 것인지라 너무 맛있고 흐믓하다.

엄마가 얼마나 힘겹게 음식을 하고, 치우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간혹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그 과정이 어찌나 짜증이 나고 다 해놓고 난 다음 어지러놓은 것을 보면 그냥 사먹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 식탁에서 본 것은 이 랍스터이다.

이런 것은 누가 사자고 하는 것일까.

이런 것을 사면 바로 해 먹어야지,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 된다. 몇번 그냥 버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선물을 몇셋트씩 보낸 사람은 그런 세세한 생각은 안하고 있는 것 같다.

이마트에서 산 것이다.
아무도 요리를 할 것 같지는 않고 요리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혹시나 싶어 n사를 검색했다.

씻는 과정부터 상세 설명이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씻는 게 역시나 일이었다.

발리기도 힘든 이 랍스터.
고민 끝에 먹어보기로 했다.
깨끗이 씻어 배가 보이도록 해 찜통에 넣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딴짓을 하다가 20분이 더 되버렸다. 놀라서 얼른 끄집어냈다.

오, 너무 익어버린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가위로 다리를 잘랐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칼로 가운데를 가르라는데 도저히 잘 안됐다.

내 힘으로는 갈라지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칼로 가운데를 찌른 후, 도마에 탕탕 처댔다. 결국 위와 같이 가운데를 가르고, 잘라냈다.

와, 먹기 정말 힘들다.

오, 살이 꽤 많다.

가위를 들고 일일이 뼈를 자르고 살을 발라냈다.

으, 이럴 바에야 밖에서 사먹는 게 낫지. 살을 발라내는 전문가위나 살파내기(?) 도구도 없었다.

배를 다 먹고 다리를 발라내려다가 힘이 빠져 못 먹고 식탁 위에 덮어놨다.

그렇다.

전복에 이어 선물받기 싫은 두번째 식품은 랍스터이다.

다음에는 결코 도전하지 않으련다.

맛은 좋은데 너무 지친다.

랍스터 버터구이


앗.
그리고 놓친 게 있다.

블로거들의 글을 읽으니 뿌려먹는 거로 버터, 마늘, 꿀을 넣어 녹인 것을 권한다.


사실 나도 이걸 해보았다.

그리고 반으로 쪼갠 랍스터 우측에 이것을 살짝 뿌렸다. 그리고 치즈가루를 뿌린 후 미니 오븐에서 180도에서 10분 정도 돌렸다.

맛, 고생에 비해 정말 맛있다, 라고 말하기는 그렇다.

누군가 해줬더라면 엄청 맛있었을 텐데 나는 뭐 나쁘지 않았다.

버터구이를 해도 맛있고, 안한 쪽도 맛있었다.

음, 또 하라고 하면 번거롭지 않게 찜한 것만 먹으련다.

며칠 뒤, 남겨두었던 2개가 없어진 것을 보니 다행이다. 이왕하는 김에 다 해놓지, 라는 원망을 들었지만 처음하는 것을 실패로 잘못할까봐 망설였다는 말을 이해해주었다.

가족이란 이런 핑계가 통한다.

미숙한 나늘 모두 사랑해 주고 이해하며 크게 어려운 것은 시키지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요리의 세계, 쉽지 만은 않다.

도전을 해도 그것을 도전으로 끝내면 내것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매번 n사의 요리법을 검색하게 되니 말이다.



BY 아리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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